스키너는 앞선 글 중 조작적 조건형성, 행동주의적 관점 등에 등장했던 심리학자이다. 이름이 많이 거론되는 학자이므로 조금 중복되는 내용이더라도 스키너의 이론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려고 한다.
스키너는 급진적 행동주의 과학철학을 선택했는데 이는 언어, 해석과 같은 정신적 사상을 거부했다. 스키너는 동기, 목적, 추동과 같은 정신적 경헙과 표상을 뜻하는 단어사용은 하지 않았으며 유기체, 환경, 행동, 행동의 결과가 관찰가능하고 측정 가능하다는 과학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
1. 반응 행동과 조작적 행동
스키너는 두 가지 행동을 구분했다. 반응행동은 자극에 의해 유발되는 것이고 조작적 행동은 자극에 의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유기체에 의해 방출되는 것이다. 무조건적 반응은 반응 행동의 예이며 무조건 반응은 무조건 자극에 의해 유발된다. 조작적 행동은 처음에는 자극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마치 저절로 생겨난 것처럼 보인다. 휘슬불기, 산책 하기 등이다. 그러나 스키너는 조작적 행동이 자극과 무관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자극이 조작적 행동을 일으키며 조작적 행동의 원인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선행자극에 종속된 반응 행동과 달리, 조작적 행동은 그 결과에 의해 통제받는다.
2. S형, R형 조건화
행동에 두 종류가 있듯, 조건화 또한 두 종류가 있다. 반응적 조건화(respondent conditioning)라고 불리기도 하는 S형 조건화는 고전적 조건화와 동일하다. 이는 기대된 반응을 유발하는 자극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S형 조건화라 부른다. 조작된 행동을 포함한 조건화 반응(response)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R형 조건화라 불린다. R형 조건화는 조작적 조건화라고도 불린다. R형 조건화에서는 조건화의 강도는 반응율(response rate)로 나타난다. 이와 달리 S형 조건화에서는 조건화의 강도는 대개 조건화된 반응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스키너의 R형 조건화는 손다이크의 도구적 조건화와 유사하며 S형 조건화는 파블로프의 고전적 조건화와 동일하다. 스키너는 대부분 R형 조건화, 조작적 조건화에 관심을 두고 연구했다.
3. 강화
R형 조건화와 관련된 2가지 일반원리는 강화자극에 이어지는 반응은 어떤 것이든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과 강화 자극은 조작적 반응이 나타나는 비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조작적 조건화에서는 행동과 그 결과가 강조된다. 조작적 조건화가 되면 유기체는 강화 자극이 만들어낸 대로 반응해야만 한다. 유관강화(contingent reinforcement)가 그 예로 강화인이 유기체와 유관적일수록(의존적일수록) 특정 반응이 방출된다. 유관강화에 대해서는 미신적 행동과 관련이 있다.
4. 스키너 상자
스키너의 동물연구는 대부분 조그만 통에서 이루어졌다. 손다이크의 상자를 스키너의 상자로 바꾸어 실험을 진행했다. 상자 속에는 지렛대와 먹이통이 있고 지렛대를 누르면 먹이가 통 속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
5. 누가기록
스키너 상자에서 동물의 행동을 추적하기 위해 누가기록(cumulative recording)을 사용했다. 누가 기록은 학습 실험에서 데이터를 표시하는데 사용되는 다른 방법과는 매우 다르다. 누가 기록은 절대로 내려가는 법이 없다. 누가 기록선은 올라가거나 X축과 평행한 상태로 유지된다. 동물이 지렛대를 누르는 반응을 보이면 누가 기록선은 한 단위 올라가고 다음 반응이 있을 때까지 계속 유지된다. 만약 동물이 매우 빠른 반응을 보인다면 누가 기록선은 매우 급격히 상승한다. 선의 상승률은 반응률을 뜻한다.
6. 지렛대 누름 반응의 조건화
- 박탈
실험동물이 박탈계획을 따르도록 한다. 먹이가 강화인으로 사용된다면 동물은 실험 전 며칠 동안 23시간 정도 먹이를 먹지 못하도록 한다. 또는 평소 체중의 80%가 되도록 유지시킨다. 스키너는 이 절차를 단순히 유기체가 특정 과업을 어떻게 수행하는지와 관련된 절차라고 설명했다.
- 배식훈련
며칠 동안 박탈계획을 따르도록 한 후, 동물은 스키너 상자에 놓인다. 배식 훈련에서 실험 진행자는 외부 스위치를 사용하고 천천히 배식 장치를 작동시킨다. 이를 통해 실험 진행자가 외부 스위치를 건드릴 때는 먹이통 주변에 있어서는 안 된다. 배식 장치가 외부 스위치에 의해 활성화되면 먹이가 먹이통으로 떨어지기 전에 꽤 큰 딸각 소리가 난다. 점차적으로 동물은 배식기의 딸깍 소리와 먹이를 연합하기 시작한다. 딸깍 소리는 일차 강화인인 먹이와 연합되어 이차 강화인이 된다. 즉, 딸깍 소리는 동물에게 먹이통으로 가면 강화 받을 수 있다는 단서 또는 신호로 작용한다.
- 지렛대 누름
스키너 상자에서 동물을 혼자 활동하도록 남겨둔다. 동물이 지렛대를 누르면 배식장치가 작동 되고 딸깍소리가 난다. 이는 동물들에게 먹이통으로 가면 먹이로 강화 받을 수 있다는 신호로 기능한다. 조작적 조건화의 원리에 따라 지렛대 누름 반응은 점차 강화되어 반복된다. 이것이 반복되면 강화 또한 반복되며 이는 지렛대 누름이 반복될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7. 조성(shaping)
동물이 박탈계획을 따르도록 한 후 배식훈련을 시키고, 실험 진행자가 배식 장치를 외부에서 조정한다. 그러나 이 때 실험 진행자는 동물이 스키너 상자의 절반 쯤에 위치할 때 배식장치를 작동시킨다. 동물이 지렛대 근처에 있는 것을 강화시키면 그 근처에 머물게 된다. 이제 동물이 지렛대 인근에 있으면 실험진행자는 지렛대 근처에 좀 더 가까이 있을 때만 강화인을 제공한다. 다음으로는 지렛대를 건드릴 때에만 강화하고 마지막으로는 지렛대를 스스로 누를 때만 강화한다
조성은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차별적 강화는 어떤 반응은 강화되지만 다른 반응은 그러지 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연속적 접근법이다. 실험진행자가 원하는 반응에 근접할수록 강화를 받는다는 뜻이다. 위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지렛대를 누름 반응에 연속적으로 접근한 반응만이 차별적으로 강화를 받았다.
8. 소거
고전적 조건화와 마찬가지로 조작적 조건화 상황에서 강화인을 제거할 때는 소거를 거쳐야 한다. 지렛대를 눌러도 먹이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 때 소거가 일어났다고 말한다.
9. 자발적 회복
소거 후 일정 시간 우리에 가둔 후 다시 실험 상황으로 동물을 데려오면 동물은 어떤 추가적인 훈련 없이도 짧은 시간 동안 다시 지렛대를 누르기 시작한다. 이를 자발적 회복이라고 부른다.
10 미신적 행동
조작적 조건화에 대한 논의에서 유관강화에 대해 언급했다. 지렛대 누름 반응에 따라 강화가 유관강화의 예이다. 그 이유는 강화인이 반응에 의존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동물의 행동과 관련없이 배식장치가 적절한 시간에 작동하도록 상황을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조작적 원리에 따라 배식장치가 작동할 때 동물이 한 행동이 무엇이든 강화된다면 이 상황에서 강화인이 동물의 행동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비유관 강화라고 한다. 이에 따라 동물은 이상하고 의례적인 반응을 계속 보인다. 즉 머리를 까딱거리기, 원을 돌기, 뒷발로 서기 등의 행동이든 간에 배식장치가 작동한 순간에 한 행동을 계속한다. 동물이 이 행동이 먹이가 나온 원인인 것처럼 행동한다는 점에서 의례적인 행동은 미신적이다. 미신적 행동은 스포츠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홈플레이트에서 앞으로 몇 걸음 걸은 후 모자를 특정 방식으로 고쳐 쓰고 홈런을 치는 야구선수를 생각해보자.
11. 변별조작
동물이 지렛대를 누르도록 조건화 한 후에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불빛이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먹이를 받지만 불빛이 꺼진 상황에서는 받지 못하도록 상황을 바꿀 수 있다. 이 조건에서 우리는 불을 변별자극이라고 부를 수 있다. 불이 켜진 상황은 변별자극 조건으로, 불빛이 꺼진 상황은 ∆ S조건으로 정의해보자. 이런 상황에서 동물은 불빛이 켜질 때 지렛대를 누르고, 불빛이 꺼질 때는 누르지 않는 것을 학습한다. 그러므로 불빛은 지렛대 누름 반응을 위한 신호(단서)가 된다. 변별조작이란 특정 환경에서는 조작적 반응이 나타나지만 다른 환경에서는 그렇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변별자극 →조작적 반응 →강화자극으로 나타낼 수 있다. 변별조작은 조작적 조건화에서 어떤 자극-반응 관계에 더 관심을 둘 것인지와 관련된 더 세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손다이크의 경우 일반적인 환경적 상황과 문제해결에 있어 반응의 효과성 간의 연합이 주 관심사였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변별 조건화를 예로 들어보자. 사업거래를 위해(강화자극) 당신은 하루의 특정시간(변별자극)에 특정한 장소(조작적반응)에 있어야 한다. 거리에서 운전할 때 붉은 신호등을 보면(변별자극), 멈춰야 한다(조작적반응). 이는 사고를 피하게 해준다(강화자극).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과 볼 것 같으면(변별자극), 가던 방향을 바꾸고(조작적반응), 그 사람을 피하는데 도 움이 된다(강화자극).
12. 이차적 강화
① 일차적인 강화인(물이나 먹이)과 짝지어진 어떤 중립자극이라도 그 자체로 강화인으로서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를 이차적 강화(secondary reinforcement)의 원리라고 한다. 일차적 강화인에 선행하는 모든 변별자극은 이차적 강화물이 된다. 이차적 강화원리에 따라 불빛과 먹이가 짝지어졌을 때 불빛이 강화인의 특성을 가지도록 한다. 이 개념을 검증하는 방법은 지렛대를 눌렀지만 빛도 먹이도 제공되지 않는 경우에 지렛대 누름 반응을 알아보는 것이다. 반응률이 조작 수준으로 떨어질 때, 지렛대를 누르면 불이 켜지지만 먹이는 제공되지 않는다. 이 때 반응률은 올라간다. 불빛만으로도 반응률을 증가시키며 소거를 늦추기 때문에 불빛 훈련기간에 먹이와의 결합을 통해 이차적 강화인의 특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켈러와 쇤펠드는 이차적 강화에 대해 이렇게 요약했다.
- 강화를 유발하거나 강화와 동반되는 자극은 그 자체로 강화적인 가치를 가진다. 이차적 강화는 일차적 강화없이 지속적으로 반응을 유발하도록 할 경우에 사라진다.
- 이차적 강화는 관련된 강화가 긍정적일 경우 긍정적이고 관련된 강화가 부정적일수록 부정적이다.
- 일단 형성되고 나면 이차적 강화는 독립적이고 일반적이다. 원래 강화가 만들어내는 반응을 똑같이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새롭고 관련 없는 반응도 조건화할 수 있다. 다른 동기를 따를 때조차도 그렇다.
- 일반화를 통해 강화와 관련 있는 자극 이외에 다른 많은 자극도 강화인적인 가치(긍정적, 부정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13. 연쇄(chaining)
한 반응은 유기체가 다른 반응을 유발하는 변별자극의 역할을 하는 자극과 접촉하도록 할 수 있다. 이는 세 번째 반응을 유발하는 자극과의 접촉을 만들 수 있으며 이 과정은 계속될 수 있다. 이 과정을 연쇄라고 한다.
변별자극 ⇨ 조작적반응 ⇨ 변별자극 ⇨ 조작적반응 ⇨ 변별자극 ⇨ 조작적반응 ⇨ 강화자극
14. 처벌(punishment)
반응이 상황에서 정적인 것을 제거하거나 부적인 것을 더하는 것을 말한다. 즉 처벌은 유기체가 원하는 것을 빼앗아 가거나 원하지 않는 것을 주는 것이다. 처벌이 반응의 발생 가능성을 줄이지 않으며 반응을 억제하지만 습관을 약화시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즉 처벌이 효과적으로 보일지라도 그 효과는 일시적이라고 주장한다.
15. 스키너 이론에 대한 평가
- 공헌
순수과학, 응용과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스키너 체계는 복잡하지 않고 동물훈련부터 인간행동의 수정 기법까지 다양한 문제에 쉽게 적용될 수 있다. 다른 연구자들이 연구대상을 집단으로 나눈 후 상이한 실험 조건 간에 비교를 한데 비해, 스키너는 하나의 실험대상을 오랜 기간 동안 관찰하는 개별적 접근을 취했다. 심리학자는 심리적 사상에 대한 이론화를 피하고 행동에 대한 기술적 설명에 만족해야 한다고 주장을 고수했다.
- 비판
체벌은 효과가 없다는 믿음이 잘못된 양육과 법 실천으로 이어지고 범죄율이 증가하고 무법과 무지를 증가시킨다고 보았다(Stadden, 1995) 스키너의 이론개발 거부이다. 스키너의 체계는 진보를 이끌어 냈지만 진보는 학습과 동기에 대한 더 깊은 이해보다는 행동적 현상들의 축척 면에서 그러한 것이다.